아내가 임신 3개월이었고, 밥을 거의 못 먹고 있었다.
💡 이 글의 핵심 요약
- 경기도 임산부를 위한 ‘만원의 행복’ 국악 공연 예매 가이드
- 경기국악원 임산부 전용 주차 및 시설 이용 팁
- 외국인 아내와 함께 즐긴 시나위 오케스트라 관람 후기
- 다문화 가정 부부가 추천하는 한국의 태교 나들이 코스
입덧이 심했다. 좋아하던 음식도 냄새만 맡아도 힘들어했고,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오르내렸다. 나는 여전히 출근하고, 국내 출장도 피할 수 없었다. 그나마 해외 장기 출장은 회사에 양해를 구해서 임신 기간 동안은 최대한 빠지는 방향으로 조정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알면서도.
퇴근하고 시간이 되면 아파트 주변을 같이 걸었다. 근처 체육공원에 맨발 황토길이 있어서 천천히 걷기도 하고, 코트가 비면 피클볼도 쳤다. 딸기가 먹고 싶다고 하면 딸기를 사왔다. 작은 것들이었다.
근데 그것보다 조금 더 큰 무언가가 있었으면 했다. 기다려지는 것. 다음 주가 설레이는 이유가 되는 것.
만원의 행복을 발견한 날
임신한 아내와 같이 갈 수 있는 음악 공연을 찾고 있었다. 검색하다 보니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연들이 눈에 들어왔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면 공연 퀄리티가 보장되고 가격도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발견한 게 바로 만원의 행복 프로그램이었다.
경기도 거주자 중 임산부, 70세 이상 노인, 등록 장애인, 다자녀 가정에게 공연 티켓을 단돈 1만 원에 제공하는 제도다. 동반 1인도 같은 가격으로 입장할 수 있다.
설명을 두 번 읽었다. 우리가 해당된다. 아내가 임산부고 나는 동반자다. 공연장은 용인 기흥구에 있는 경기도 국악원 — 화성 집에서 차로 25분 거리다.
첫 번째 공연을 보러 갔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여섯 번에서 일곱 번을 더 갔다.
만원의 행복, 정확히 어떤 제도인가
우선 제도 내용부터 정확히 짚고 넘어가자.
대상자 및 동반 범위:
- 임산부: 임산부 본인 + 동반 1인
- 70세 이상 노인: 본인 + 동반 1인
- 등록 장애인: 본인 + 동반 1인
- 다자녀 가정: 18세 미만 자녀 1명 포함 2자녀 이상 / 본인, 배우자, 자녀
현장에서 필요한 것:
임산부의 경우 산모수첩과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증빙이 없으면 정가와의 차액을 현장에서 지불해야 하니 꼭 챙겨야 한다. 우리는 매번 당연하게 챙겨갔다. 그냥 해야 할 일이었다.
중요한 포인트: 만원의 행복 좌석은 일반석보다 배정 수가 적다. 경기도 시나위 오케스트라 정기 공연은 솔직히 자리가 많이 남는 편이라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외부 유명 팀이 오거나 특별 공연일 경우 빠르게 마감될 수 있으니 일정이 나오면 일찍 확인하는 게 좋다.

경기도 국악원
건물 앞에 서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달라진다.
경기도 국악원은 용인 기흥구, 한국 민속촌 바로 앞에 있다. 한국 전통 기와지붕 건물로, 가까이 갈수록 자연스럽게 걸음이 느려진다. 만약 한국 민속촌 방문 계획이 있다면 두 곳을 하루에 묶어서 돌아보는 코스로 짜면 정말 알찬 주말이 된다.
- 기관명: 경기국악원
- 주소: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국악당로 289
- 운영: 경기아트센터
- 공식 홈페이지: www.ggac.or.kr
주차 시설이 정말 잘 돼 있다. 넓고 쾌적하고, 임산부 전용 주차 공간도 있다. 나는 매번 그 자리를 썼다. 임신 기간 동안 주어지는 혜택은 최대한 다 누려야 한다는 주의다. 아내가 임신 중인데 임산부 전용 주차 자리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규모가 큰 공연은 수원에 있는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리기도 한다. 광복절 기념 오케스트라 공연이 거기서 열렸는데 — 규모 자체가 달랐다. 두 곳 모두 알아두면 좋다.
예매 방법 — 단계별 정리
처음 보면 복잡해 보이는데, 흐름을 한 번 파악하면 어렵지 않다.
1단계: 경기아트센터 홈페이지 회원가입
www.ggac.or.kr 에 접속해서 회원가입을 한다. 휴대폰 실명 인증이 필요하다. 외국인 등록이 된 번호라면 문제없이 진행된다.
예매 방법은 세 가지다 — 홈페이지 직접 예매, 전화 예매, NOL티켓(놀티켓) 홈페이지 예매. 추천은 단연 홈페이지 직접 예매다. NOL티켓은 소액의 수수료가 붙는다. 경기아트센터 홈페이지로 직접 예매하면 수수료가 없다. 전화 예매는 굳이 이유가 없다면 온라인이 훨씬 편하다.

2단계: 공연 일정 확인 및 날짜 선택
공연 일정을 보면서 만원의 행복 좌석이 배정된 공연을 찾는다. 모든 공연에 있는 건 아니니 확인이 필요하다.

3단계: 좌석 선택 — 초록색 좌석을 고른다
좌석 배치도에서 초록색으로 표시된 좌석이 만원의 행복 좌석이다. 그 안에서 원하는 자리를 선택하면 된다.

4단계: 할인 조건 선택
결제 단계에서 할인 종류를 선택하는 화면이 나온다. 만원의 행복 — 임산부 및 동반 1인을 선택한다. 다른 조건에 해당된다면 그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5단계: 티켓 수령 방법 선택
배송(배송비 3,700원)과 현장 수령 중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항상 현장 수령을 했다. 배송비도 없고, 공연 당일 창구에서 신분증과 산모수첩 보여주고 받으면 끝이다.


늦게 도착했을 때 주의사항: 공연이 이미 시작됐다면 바로 입장이 안 된다. 당황하지 말고 직원에게 상황을 말하면 된다. 프로그램 사이 브레이크 타임에 맞춰 안내해준다. 직원분들이 개량한복을 입고 정말 친절하게 응대해 주신다.
공연장 안에서

처음 공연장 안에 들어섰을 때, 아내가 잠깐 말이 없었다.
그러다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저 악기 이름이 뭐야?” “저 노래는 어떤 배경이 있어?” “저 소리는 어떻게 내는 거야?”
아내가 가장 오래 바라본 악기는 가야금이었다. 열두 줄의 현을 손가락으로 튕기고, 꺾고, 흔들어서 소리를 낸다. 그 꺾이는 소리가 아내한테는 특별하게 들렸던 것 같다. 기타와는 또 다른 느낌이라고 했다. 소리가 그냥 나고 끊기는 게 아니라, 굽어지고 떨리다가 사라진다. 그게 정말 한국적이라고 느꼈다고.
질문에 내가 아는 만큼 대답했다. 모르는 건 나중에 찾아봤다.

경기도 시나위 오케스트라는 공연마다 테마가 다르다. 새로운 구성, 다른 악기 조합, 매번 다른 이야기. 그래서 계속 가게 됐다. 세 번째 네 번째 공연이 돼도 같은 공연을 본다는 느낌이 한 번도 없었다. 주차장을 나오기 전에 이미 다음 공연 알림을 설정하고 나갔다.

무대 뒤 대형 스크린에 곡 제목, 악기 소개, 음악의 배경이 표시된다. 아내가 한국어 설명을 다 못 알아들어도 스크린 덕분에 흐름을 따라갈 수 있었다. 그 스크린 하나가 외국인 관람객에게는 정말 큰 차이를 만들어준다.
광복절 오케스트라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8월 광복절 기념 오케스트라였다. 수원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렸다.
규모부터 달랐다. 더 넓은 홀, 더 큰 무대. 그런데 기억에 남는 건 규모가 아니라 내용이었다. 일제 식민지 시대의 이야기를 국악으로 풀어냈다. 말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연주로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저항, 슬픔, 그리고 해방의 감각이 악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어둠 속에서 그 소리를 들으면서 생각했다. 말이 아닌 소리로 역사를 전달한다는 게 어떤 힘인지를. 아내는 그 역사적 배경을 당시에 다 알지는 못했다. 그래도 공연장 안의 무게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게 라이브 공연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교과서가 할 수 없는 것.
뱃속 아기도 들었다
북이 울릴 때, 징이 울릴 때 — 그 소리는 귀로만 오지 않는다. 공기를 타고, 좌석을 타고, 몸 전체로 온다.
나는 그때 생각했다. 아기도 듣고 있겠구나.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우리 딸이, 공연장 안에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소리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전통 국악 타악기 소리는 소음이 아니다. 의도가 있고, 패턴이 있고, 역사가 있다. 그 울림이 아이에게 전해졌다면, 꽤 좋은 시작이었을 것 같다.

다니엘의 순간
위켄드 콘서트 시리즈 중 한 공연의 사회자가 다니엘 린데만이었다. 비정상회담에 나왔던 독일 출신 방송인이자 음악가다. 그가 한국어로 사회를 봤다. 막힘이 없었다. 자연스럽고, 유창하고, 재미있었다.
아내가 그걸 보면서 웃었다. 그리고 나한테 말했다. “나도 저만큼 되려면 얼마나 공부해야 할까?”
웃으면서 했지만, 진심이었다. 외국어로 저렇게 되는 것이 얼마나 먼 일인지를 실감하는 얼굴이었다.
마지막 위켄드 콘서트에서 다니엘이 직접 작곡한 곡을 피아노로 연주했다. 아내는 그날 공연을 지금도 가끔 얘기한다.
이 글을 쓰는 이유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첫 공연부터 팬이 됐다.
아내를 위해 찾은 공연이었지만, 들어가는 순간 내가 더 빠져들었다. 경기도 시나위 오케스트라는 세계 어느 오케스트라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연주 실력, 이야기의 구성, 무대의 완성도. 그걸 만원에 봤다.
만 원이다. 생각할수록 이상한 가격이다. 100만 원짜리 공연이라고 해도 납득할 수 있는 감동을 만 원에 주고 있다.
근데 공연장이 가득 차지 않는다.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렸다. 이 글을 쓰는 이유가 거기 있다. 더 많은 분들이 알았으면 해서.

주변에 임신한 친구나 지인이 있다면 꼭 알려주길 바란다. 만원의 행복 임산부 혜택은 경기도가 조용히 운영하는 정말 좋은 제도인데,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임신은 길고 힘들다. 몸도 마음도 쉽게 지친다. 그 안에서 기다려지는 것 하나를 만들어주는 것 — 그게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듣고, 좋은 것만 맛보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임신 중에는 더더욱.
그 시간을 잘 써주길 바란다. 공연 보러 가자. 다문화 가정이 한국에서 아기 낳기의 과정 속에 이런 특별한 시간도 채워넣길 응원한다.
만원의 행복 자주 묻는 질문
Q. 경기도에 외국인 등록이 된 외국인도 신청할 수 있나요?
A. 가능하다. 조건은 경기도 거주이지, 한국 국적이 아니다. 경기도에 등록된 외국인 거주자라면 해당된다. 신분증과 산모수첩 지참 필수.
Q. 아내가 한국어를 잘 못해도 괜찮을까요?
A. 충분히 괜찮다. 무대 뒤 스크린이 각 곡의 정보를 표시해주고, 직원들도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공연 자체는 언어를 몰라도 느낄 수 있다.
Q. 예매 취소는 어떻게 하나요?
A. 경기아트센터 홈페이지에 취소 규정이 명확히 안내돼 있다. 예매 전에 확인해두길 권한다.
Q. 시나위 오케스트라 공연이 국악을 모르는 사람도 즐길 수 있나요?
A.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우리 아내가 국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갔다가, 가야금이 뭔지 사물놀이가 뭔지 꽹과리 소리가 어떤지 알게 됐다. 공연이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Q. 한국 민속촌이랑 같이 방문하는 게 가능한가요?
A. 가능하다. 국악원이 민속촌 바로 앞에 있다. 오후에 민속촌 보고 저녁 공연으로 마무리하는 코스가 정말 좋다.








